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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칼럼] 2025년 5월의 단상
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판사의 덕목이 측은지심이라는 글을 읽었다. 재판받는 당사자는 마치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 같다고 한다. 법관이라면 조금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고 나서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뿐이랴. 검사, 경찰, 수사관도 마찬가지다. 조사과정의 신문과 답변 작성, 출석, 조사과정, 조사 후 말에서 측은지심이 안 느껴진다. 어디 조사뿐이랴. 변호사 변론, 상담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 법조문, 판례에 익숙해진 탓일까.
측은지심, 역지사지의 심정을 가지면서 사건과 사람을 대했으면 한다. 총, 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수사관, 경찰, 검찰, 판사, 변호사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보도되면 해당 사건 당사자는 자살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필자는 수사와 변론에 임하면서 역지사지, 측은지심의 심정을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 그래서 경찰관, 특히 수사관 선발, 채용, 승진, 전보에 있어 인성을 살폈으면 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정직성, 배려심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요즘 변호사 채용 관련 자기소개서를 보면 너무 잘 쓴다. 경찰관 면접 관련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승진 관련 자신의 실적평가도 너무 잘 작성한다. 문제는 내용의 정직성이다. 소개서 등에 기재된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필자가 경찰 재직시 미국경찰서를 탐방한 적이 있다. 미국은 경찰 채용시 정직성에 대한 검증작업을 철저히 한다고 들었다. 경찰관이 되기 전에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에 있어 사람됨됨이에 대해 검증을 한다고 한다. 필기평가는 인터넷에 모의문제를 공개하는데 지역경찰의 경우 지역의 특성, 지리감 숙지, 거기에 더해 관찰력을 평가한다.
우리처럼 노량진에 가서 형법, 경찰학개론, 영어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학원에 가서 비싼 학원비를 지불하고 공부할 필요도 없고, 경찰대학 입학처럼 고등학교 때 수능시험을 잘 보거나 내신점수 등을 챙길 필요가 없다.
경찰관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은 배려심, 충성심, 봉사심이다. 거기에 더해 강인한 체력이 갖춰지면 좋다. 정직성은 필수다. 영어, 수학, 형법, 경찰학개론은 채용시 필요가 없다. 채용 후 실무에 꼭 필요한 한도 내에서 배우면 된다.
얼마 전 재판과정에서 정신질환 우려가 높은 피고인을 보았다. 자신의 의사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정신감정 유치를 했으면 했다. 정신감정 유치 결정을 통해 감정결과가 나온 후 수사와 재판을 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렇지 못하다.
감정유치 비용뿐 아니라 기관도 국립정신병원이 공주 한 곳 외에는 없다. 의사도 부족하다. 사이코패스, 조현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사건을 증가하는데 수사와 재판에서 감정유치를 못 한다. 비용도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수용할 만한 전문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수용시설의 고민은 많다. 다른 수용자들의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수감 후 감정유치를 통해 치료를 받은 후 출소하면 좋겠다. 거기에 더해 출소 후 정기적으로 전문병원에서 투약과 치료를 받도록 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범 발생 우려가 높다. 실제 그런 사건이 재발하고 있다.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경찰, 검사, 판사, 변호사 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 소년원, 준법감시센터, 정신병원 등에 수용된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보고 느꼈으면 한다.
더불어 요양병원, 중증장애인시설, 아동보호시설, 쉼터 등 인권취약 시설도 가보았으면 한다. 책상머리 법집행 업무에서 벗어나 현장을 가보고 느꼈으면 한다.
봄날 화창한 5월에 필자가 느끼는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