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좋은 변호사, 나쁜 변호사
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요.” 변론 관련해 필자에게 묻는 말이다.
선임료, 상담료 명목으로 돈부터 요구하는 변호사가 있다. 전관(검찰, 법관 등 법조 경력)을 내세우면서 평범한 변호사(로스쿨)보다 많은 수임료를 요구한다. 사건담당 수사관, 검사, 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돈을 요구한다. 확인할 수도 없다. 돈을 받으면 그때부터 사건은 뒷전이다.
의뢰인이 사건 관련해 질문, 상담을 요청해도 연락이 두절된다. 야간, 주말, 공휴일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의견서, 변론서도 제출하지 않는다. 증거 수집은 거의 전부 당사자에게 요구한다. 당사자가 정리한 서면, 증거를 가지고 문서 편집만 하고 제출한다.
형사사건 관련 수사기관 변호사 입회도 속칭 신참변호사에게 맡긴다. 입회해도 조사내용을 받아 적기만 하고 변론 관련 조력도 없다. 수임료가 적당한지 제대로 변론은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일까.
돈 이전에 의뢰인의 말부터 들으려고 노력한다. 돈이 없으면 나중에 갚으라고 한다. 분할납부해도 된다고 한다. 돈 이전에 사람부터 살리자고 한다. 사건현장에 가본다. 세밀히 관찰하고 증거수집도 해준다. 수사기관에 출석하기 전에 예상 질문답변도 작성, 조력해준다.
출석 전 출석기일, 조사시간도 조율해준다. 출석 전 혐의사실 관련 반박 답변서 작성, 제출도 조력해준다. 조사과정에서 수사관의 질문강요, 장시간조사 관련 조력을 해준다. 조사받으면서 당사자의 표정 등 건강상태를 살핀다. 관련 조사시간 등 조정협의를 수사관과 한다.
조사 전후 당사자(의뢰인)의 심정을 살펴 긴장, 걱정 관계를 풀어준다. 조사 후 조사내용 관련 의견서를 작성, 수사기관에 제출한다. 조사 전후 심정이 불안하면 정신과 진단 등 마음치료 주선도 해준다.
이런 변호사는 나중에 의뢰인이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의뢰인이 원망하지 않는다.
수사관도 마찬가지다. 수사관이 사건관계인을 조사하면서 진심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나중에 구속되어 수갑이 채워져도 수사관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 같은 수사관을 만나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과의 만남이다. 사건을 통해 만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 그 사람의 인생 속으로 들어간다. 법률, 판례 이전에 마음을 치유해주어야 한다. 잘 들어주고 배려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 로스쿨, 수사관, 법조인 양성교육에는 그런 교육이나 훈련이 없다. 단지 서면작성, 판례암기 등이 대부분이다. 법 이전에 사람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교육,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은 AI가 할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 생각에는 조서작성과 관련해 문답식 조서관행이 사라지거나 개선되어야 한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경찰서 출석, 소환식 문답조서로 인한 장시간 조사를 막을 수 있다. 조사 전후 심정불안으로 인해 목숨을 끊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나 자신, 필자는 과연 좋은 변호사인가? 아니면 돈만 밝히는 나쁜 변호사인가? 자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