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수사, 재판 받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
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수사,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출석요구, 범죄자 입건 디지털 지문날인, 체포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되는 경우 정신(얼)이 나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수사관, 검사, 판사는 위와 같은 결정을 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찰, 검찰 수사과정(특히 피의자 신문조사 전후)에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이때마다 경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절대 폭력, 압박은 없었다고 한다. 진술녹화실에서 조사했고 변호사도 참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전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늘 발생한다.
수사과정에서 정신적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앞두고 출석기일, 방법을 둘러싸고 수사관은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나오라고 한다.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겠다고 한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과정에 따라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조사내용도 이미 수사관이 생각하고 있는 질문만 하고 답변만 하여야 한다.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미 다 정해 놓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형식적인 출석조사만 한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하여 다음 조사를 연기하고 싶지만 수사관에게 잘못 보일까봐 연기도 못한다. 수사관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조사실은 너무 비좁다. 환기도 되지 않는다. 진술녹화실의 녹화 장면은 법정에서 조서내용과의 일치여부와 관련해 재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시간 조사에 조서내용 확인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한다. 수사관은 빨리 확인하라고 재촉한다. 수사관의 눈치를 보면서 조서를 형식적으로 확인한다. 심신이 힘들어 다음 기일에 조서내용을 확인하겠다고 하면 신경질을 내는 수사관도 있다. 그러다 보니 조서확인을 마친 후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다음날 다시 출석하라고 통고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조사받는 사람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입회한 변호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조사과정에 묵묵히 참여만 한다. 이의를 제기하면 수사방해라고 겁박을 하기도 한다.
체포, 구속영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영장심사 일정이 잡혔다고 연락이 온다. 영장내용도 모르면서 당일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보고 나서 법정에 출석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판사에게 올라간 영장 관련 서류는 수사관이 일방적으로 작성, 제출한 서류다. 영장 관련해 당사자가 반박할 자료도 제공되지 않아 반박하기도 힘들다.
어떤 경우에는 갑자기 집에 수사관이 들이닥쳐 당사자를 법정에 연행, 구속심사를 받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영문도 모르는 채 가족들 앞에서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법정으로 간다.
영장에 기재된 구속사유는 주거 부정,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다. 주거가 일정한데도 부정이란다. 압수수색으로 인멸한 증거도 없는데 증거인멸 우려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재범의 위험성, 중범죄로 중한 형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관적인 상황도 기재한다. 구속영장 관련 첨부자료가 당사자에게 제공되지 않으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더 문제는 구속후 가족과의 접견교통(면회)도 제한된다는 것이다. 피의자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데도 말이다.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 원칙은 어디 갔을까. 불구속수사 원칙도 실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압수수색도 문제다. 영장심사는 서류로만 한다. 휴대폰은 필수품이다. 한시라도 없으면 불안하다. 생계, 가족과의 소통과 직결된다. 그런데 휴대폰이 압수된다. 압수후 잘 돌려주지도 않는다.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선별하면 되는데 다 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압수과정에서 확인한 다른 범죄를 인지, 별건수사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집, 직장에 나와 영장만 제시하고 압수한다. 압수후 회사의 업무가 안 되고 신용, 평판이 나빠져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압수만 하고 나중에 무혐의로 되면 수사관은 사과도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법정구속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구속이 된다. 구속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왔다가 그대로 구치소로 간다. 특히 단기형의 경우에 그렇다. 판사에 따라 법정구속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이래저래 수사관, 검사, 판사는 관련된 사건의 사람, 가정, 직장을 망가지게 할 수 있다. 그래도 수사관, 검사, 판사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사과도 자성도 잘 하지 않는다.
칼, 총으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글, 말로써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