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경찰서 경미사건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했다. 피해가 경미한 절도사건, 학생 교통사고 가해사건 등이 주된 심사대상이었다. 형사지원팀장, 여성청소년팀장이 참석해 사건개요를 설명했다.

70 ~ 80대 고령의 노인이 집에 양귀비 2, 3주를 심은 것을 발견했다. 5주 미만이라 즉결심판에 회부한다고 한다. 마약류에 해당되는지 모르고 심어 경미한 즉심에 회부한다고 한다.

어디서 씨앗이 입수되었는지, 왜 심게 되었는지, 향후 다시 재배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했다. 5주 미만은 형사입건, 송치대상이 아니라는 지침도 설득력이 없다.

고령의 노인이 과거 배탈 등 병치료를 위한 민간요법 차원에서 재배했다면 더욱 문제다.
다시 재범할 우려도 있다. 즉심에 회부된다면 오히려 주기적으로 마약(의료용) 투약 의심여부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마약 위험성 관련 교육도 필요하다.

14 ~ 15세 학생들의 절도사건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킥보드가 그 대상이다. 부모가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즉심에 회부한다. 전과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합의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를 잘 만나면 합의가 되고 부모가 돈이 없으면 합의를 하지 못한다. 합의를 기준으로 형사입건, 즉심회부를 판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피해액이 경미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입건, 즉심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죄질, 초범, 범죄동기 등을 보아야 한다. 피해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입건, 이하이면 즉심에 회부하는 것도 문제이다. 해당 학교에 알려야 하는지 여부도 문제다. 학교에 알리면 학교에서 징계 등 처분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해당 부모의 경우 필사적으로 자녀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즉심에 회부해달라고 매달린다. 학교측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통보하면 교육청에 보고하고 징계(학교폭력 대책)위원회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활기록부에 등재가 되고 학생의 장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학교측도 경찰에서 통고해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다.

학교, 특히 해당 교사가 경찰에서 학생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모른다면 교내 생활지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통고를 주저한다.

더욱 문제는 모든 112신고 사건이 접수되면 해당 파출소, 지구대 직원들은 관련자들을 킥스(형사사법정보망)에 입건, 전산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생, 동행 보고서를 작성해 형사팀으로 이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형사팀은 이를 근거로 즉결심판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사건의 경중을 불문하고 전과자로 입건,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아야 되고 그 과정에서 cctv 등을 통해 사건을 추적하여야 한다.

파출소에서 사건의 경중을 판단, 조사하여 검찰송치 가능성이 있으면 입건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없으면 훈방(필자는 입건유예)처리해도 되는데 말이다. 필자가 경찰서장 재직시 파출소, 지구대에서 조사하여 자체종결(입건유예)해도 되는 사건들이 많았다.

형사팀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가해자 간에 갈등, 오해에 의해 발생한 사건의 경우 검찰의 형사조정제도처럼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입건유예 처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전산으로 입건했기 때문이란다. 이로 인해 조서작성 등으로 수사력이 낭비된다.

검찰에서 기소유예, 법원에서 선고유예 받을 사건이면 경찰 자체에서 입건유예를 하면 된다. 필자는 파출소, 지구대 팀장이 입건유예해도 된다고 생각된다. 현장 팀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하여야 한다.

소년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법원으로 소년부 송치하는 것도 확대하여야 한다. 검찰로 송치해도 검찰은 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 소년부에서 결정하기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죄책감도 약화되고 처벌의 효과도 떨어진다. 또는 소년사건의 경우 즉결심판에 회부하여 법정에서 학생과 부모 등 보호자, 해당 교사, 경찰관이 참여해 법원에서 훈계, 교육을 명령했으면 한다. 그래야 다시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 해당 학생은 법정에 서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현행 파출소, 지구대의 모든 사건의 경중을 불문하고 킥스 입력(전산 입건), 경찰서 본서 이첩, 경찰서의 즉심, 훈방, 송치결정 여부 판단, 판단후 경찰서 경미사건심사위원회 회부 결정 단계를 거치는데, 너무 복잡하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 담당경찰관도 참석하지 않아 자세한 사건경위도 알 수 없다. 필요시 해당 사건의 대상 혐의자도 출석시킬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 관련 서류가 너무 많다.

이런 것들부터 고쳐야 한다. 많은 것을 느끼는 하루였다. 역시 현장에서 배우고 느껴야 한다. 지휘부는 잘 모른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물었다. “입건유예, 훈방처리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요.” 그런데, 파출소 현장출동 직원, 팀장, 지구대장, 형사팀장, 형사과장, 서장 중 이와 관련해 뚜렷하게 답변하는 사람이 없다.

필자는 적어도 현장 파출소, 지구대 팀장, 대장에게 입건유예, 훈방처리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형사팀 이첩 사건을 줄여야 한다. 간단한 사건은 파출소, 지구대 직원들이 조서도 작성하고 종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장에 책임과 함께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