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제3자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사례
작성자 : 유병민 변호사
1. 기초 사실
가.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합니다)」 제80조 제2항에 따르면, 산재보험금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되고, 이 경우 장해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나. 문제된 사실관계
1) 원고는 건설회사인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이고,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에 가입한 사업주입니다.
2) 원고가 2021. 6. 24. 10:00경 피고의 △△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합판을 자르던 중 그라인더 날이 튀어 원고의 손목을 충격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는 좌측 전완 다발성 심부열상 등의 부상을 입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합니다).
3) 원고는 ①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합니다)으로부터 위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재보험금으로 장해급여 등을 지급받았으나 ② 산재보험금으로 보전되지 않은 일실수입 손해액이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잔여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20. 선고 2023나20869 판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볼 때,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잔여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 이 사건 사고 당시 ① 피고는 원고에게 작업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면장갑만 지급하는 등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나 ② 원고 역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지 못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나. 그런데 ① 원고가 주장하는 일실수입 손해 67,295,086원 중 피고의 위 책임비율 70%에 해당하는 일실수입은 47,106,560원인데 ② 원고가 이미 공단으로부터 위 일실수입을 초과하는 장해급여 54,202,500원을 받았으므로, 원고의 일실수입 청구는 이유 없다.
다. 한편, 원고는 ①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거,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다음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후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② 위와 같은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의 손해액 산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러나 ①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ⅰ) 제3자의 불법행위로 산업재해를 입은 때 (ⅱ)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산업재해를 입은 때 (ⅲ)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산업재해를 입은 때 중 “(ⅰ)”과 “(ⅱ)”의 경우에 적용되는 판례이고 ② 이 사건은 “(ⅲ)”의 경우, 즉 ‘산재보험 가입자인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보험급여가 지급된 사안이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이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될 수 없다.
3. 대법원 판단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다297141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점을 근거로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심 판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가.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재해근로자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므로, 재해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이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전액만큼 당연히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는바,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4. 판결의 의의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다297141 판결로 인해 ① 업무상 재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법률관계에서 근로자 과실 부분은 종국적으로 공단이 부담한다는 점 ②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의 적용 범위는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은 경우를 포함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므로, 향후 동종ㆍ유사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 시, 이를 참조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