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주가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건
-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4다216743 판결
작성자 : 최슬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포장지 제조 및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A 주식회사(이하 ‘A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80%를 보유한 주주이고, 피고는 2002년부터 A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동시에, 2011년부터 A회사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B 주식회사(이하 ‘B 회사’)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사람입니다.
나. 원고는 ‘피고가 B 회사를 설립하여 A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를 하는 등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는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피고를 고발하였으나, 경찰은 위 고발에 대하여 피고가 업무상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는 내용의 ‘불송치결정’을 하였습니다.
다. 원고는 2020. 11. 6. 피고를 상대로 ‘A 회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같은 날 A 회사에 대하여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등의 위반 사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은 그 무렵 A 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에게 도달하였습니다.
라. A 회사는 2023. 1. 2. 원고에게, ‘대표이사로 하여금 자신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라는 것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2. 사건의 경과
이 사건의 제1심(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11. 25. 선고 2020가합105185 판결)은, ① 원고가 A 회사에게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등의 의무 위반 사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서면으로 청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는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고, ② 이 사건에 관하여 상법 제403조 제3항 내지 제4항이 각 정하고 있는 예외사유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며, ③ 원고가 소제기와 동시에 A회사에 대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피고에 대한 소제기를 청구하였고, A회사가 위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제소요건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며,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수원고등법원 2024. 1. 10. 선고 2023나10418 판결)은 제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소가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법 제403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서 규정하는 주주의 대표소송이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주로부터 소의 제기를 청구받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하지 않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주주의 제소 청구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경우까지 그 주주대표소송이 부적법하다고 보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하므로 그 하자가 치유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비록 원고가 상법 제40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정한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주대표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제소청구를 받은 A 회사가 2023. 1. 2. 자 내용증명을 통해 원고에게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면,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이 흠결된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주주대표소송의 적법요건인 ‘회사에 대한 제소청구’와 관련하여, 상법 제403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었더라도, 주주로부터 소 제기를 청구받은 회사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소송경제를 고려하여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의
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상 배임행위를 하는 등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입히는 경우,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 제기를 청구한다면, 대표이사가 그 즉시 자신을 상대로 하는 소 제기에 응할 것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본 판결은 위와 같이 대표이사와 회사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명시적으로 제소청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주주대표소송 제소요건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주주대표소송의 취지에 부합하며, 주주대표소송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